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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윈 영의 악의 기원' 이라는 책은 순수하게 책으로 가장 처음 만난 작품은 아니었어요.

 

책은 몰랐고 뮤지컬 '다윈 영의 악의 기원'을 보러가기 전에 책으로 먼저 만나고 싶어서 책을 보게 되었어요.

 

처음 이 책을 보려고 결심했을 때부터 이 책이 800페이지가 넘는 엄청난 두께의 책인 것을 알고 있었어요.

 

딱 책을 잡고 폈을 때는 흥미가 딱히 가지 않았어요.

 

그래서 초반 200 페이지를 읽는데는 조금 시간이 걸렸었네요.

 

나머지는 한 자리에서 정말 순식간에 읽을 정도로 재미있게 봤어요.

 

 

'다윈 영의 악의 기원' 책이 이번에 새로 나왔죠.

 

표지가 바뀌어서 나왔는데 좀 더 고민해 보고 소장용으로 살지도 고민해 봐야겠네요.

 

'다윈 영의 악의 기원'은 박지리 작가의 장편소설입니다.

 

(아래부터는 소설 내용이 포함되어 있을 수 있습니다. 책 내용 스포를 원하지 않으시는 분들은 보는 것을 자제해주세요)

 

 

'다윈 영의 악의 기원'은 영 가문의 3대에 얽힌 이야기를 하고 있어요.

 

다윈 영과 아버지인 니스 영, 할아버지인 러너 영까지...

 

아버지인 니스 영의 친구인 제이의 죽음. 그에 얽혀 있는 이야기를 풀어가는 과정.

 

그 한줄만으로도 내용을 다 예측할 수 있다고 생각했었어요.

 

물론 제가 생각한 흐름대로 내용이 흘러가긴 했지만, 

 

와... 마지막 만큼은 예측할 수 없었답니다.

 

 

다윈은 매년 방문하는 제이의 추모식장에서만 볼 수 있는 루미를 짝사랑하고 있습니다.

 

30주년 추모식 때 제이의 방에서 루미에게 제이의 죽음에 얽혀있는 수상한 정황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서 루미와 함께 제이의 죽음의 진실을 파헤칩니다.

 

그 과정에서 루미와 함께 9지구에도 방문하고 휴일에 프라임스쿨 외출허가를 받고 루미 할아버지의 사진을 찾으러 가기도 하죠.

 

 

책의 전체적인 흐름은 예측하며 볼 수 있었지만 한 사람, 한 사람 초점을 맞추며 그들의 이야기를 풀어주는 것은 흥미로웠어요.

 

다들 각자의 사정이 있었고 어쩔 수 없이 그런일을 저지를 수 밖에 없었다는 것이 이해가 가더라구요.

 

 

다만 제이의 과도할 정도로 집착을 보이는 모습.

 

어떻게 사람이 단 하나의 죄도 저지르지 않고 살아갈 수 있다고 생각을 했을까요.

 

물론 제이도 자신이 그렇게 생각하게 되기까지의 이유가 있었죠.

 

어머니가 아버지가 없는 사이 죄를 지어 태어나게 된 동생 조이 헌터.

 

그 일만큼은 어머니의 잘못이라고 생각하지만 동생에게 못된 짓을 저지르는 것 만큼은 잘못되었다고 생각했어요.

 

만약 저 상태로 어른이 되어 사회에 영향을 끼치게 되는 것을 상상해 보면 자신만의 틀을 정해놓고 그 틀을 벗어나는 사람들에게 어떻게 행동할지 생각해 보면...

 

이렇게 생각하면 알될지 모르지만 16살, 어린시절 좋은사람으로 사람들의 추억 속에서 살아가서 다행이라는 생각도 들어요...

 

 

영 가문의 사정

 

니스 영의 시점

 

다윈 영의 아버지인 니스 영, 니스는 자신의 아버지인 러너 영의 과거를 감추기 위해서 자신의 친구인 제이를 죽이죠.

 

제이는 자신의 아버지인 해리 헌터에게 사진을 받았죠. 그 사진에 12월의 폭동에 관련된 사진도 있었습니다.

 

그곳에서 찾은 12월의 폭동 주동자인 후디들. 그 사진 속 사람 중 한명이 다윈의 아버지라는 것을 알게되었어요.

 

제이는 고민하다가 그 사실을 사람들에게 알리기로 하고, 다윈은 그 사실을 감추기 위해서 제이를 죽이게 되었어요.

 

아버지를 사랑하는 마음에 아버지를 지키기 위해서 친구를 죽이게 되고 그 사실로 30년 동안 괴로워합니다.

 

자신의 아버지가 나온 사진을 한장 가지고 도망간 후 그 사진말고 다른 사진도 있었다는 사실을 깨닫고 공부에 관심이 없던 니스는 사진을 저장하는 아카이브 관장이 되기위해서 열심히 공부하고,

 

아카이브가 문교부 소속으로 바뀌자 문교부 장관이 되기위해서 목표를 바꾸고 노력합니다.

 

갑자기 바뀐 니스의 모습에서 그 속 사정이 자신의 아버지가 찍힌 사진 한장을 지우기 위해서라는 사실은 생각도 하지 못했었어요.

 

어떻게 보면 가족에 대한 사랑 때문에 용서할 수 없는 죄를 지은 것인데, 그런 짓은 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과 함께 한편으로는 너무 이해가 갔어요.

 

아버지를 사랑하는 마음에서 그랬으면서 아버지 때문에 친한 친구를 죽여서 아버지를 미워하는 마음까지도...

 

 

러너 영의 시점

 

물론 그런 아버지인 러너 영도 자신만의 사정이 있었답니다.

 

12월의 폭동은 9지구의 어른들이 아이들을 먹을 음식과 그럴듯한 말로 속여서 폭동을 일으키도록 합니다.

 

중위지구인 4지구까지 무사히 입성을 한 후 러너는 어른들의 사정을 알게 되죠.

 

지금 앞장서고 있는 아이들인 후디를 1지구까지 진입하면 죽일 계획이라는 것을...

 

그래서 러너는 사령관을 죽이고 작전이 적인 종이를 가지고 2지구로 도망을 칩니다.

 

그곳에서 영이라고 적혀있는 가문의 도움을 받았고, 러너는 그렇게 상위지구인 2지구의 아이가 되었어요.

 

그리고 후디였던 과거를 버리고 상위지구의 아이로 살아가게 되었던 것이죠.

 

니스는 자신의 어머니도 아버지가 9지구 출신이란 것을 속이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더 미워했지만, 그것은 사실이 아니었죠.

 

러너는 자신의 아내에게 자신은 9지구 출신이라고 사실대로 말했지만, 아내는 그 사실을 받아들여주고 앞으로는 그 과거를 잊고 살아가라는 말에 그 후에는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았던 것이었죠.

 

 

다윈 영의 시점

 

다윈 영은 이러한 사실들은 전혀 모르고 있다가 루미와 관계가 깊어지고 싶은 마음에 제이의 죽음에 대한 진실을 파헤쳐갑니다.

 

그러한 과정에서 자신의 아버지가 자신의 친구인 제이를 죽였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그때까지만 해도 순수하기만 했던 다인은 자신의 아버지가 친구를 죽였다는 사실에만 집중합니다.

 

자신이 가장 사랑하는 아버지, 신이 없다면 신이라고 생각했던 아버지가 살인을 저질렀다는 사실을 받아들이지 못하죠.

 

살인은 절대 용서받을 수 없는 가장 큰 죄이기 때문이죠.

 

아버지를 고발해야 한다는 사실만을 생각하지 말고 한번만이라도 아버지가 왜 그런일을 저질렀을지 생각해 봤으면 좋았을 텐데요.

 

그러한 다윈의 행동은 좀 답답하다고 느껴졌어요.

 

처음에는 아무것도 모르는 세상 밝은 아이, 사실을 안 후에는 모든 것을 놓아버린 듯한 쓸쓸한 모습, 그 후 원래보다 훨씬 성장된 모습을 보이는 어른이 된 다윈까지.

 

다윈의 변화를 관찰하면서 보는 것도 좋은 방법인 것 같아요.

 

 

헌터 가문의 사정

 

루미 헌터의 시점

 

루미 헌터는 30년 전에 죽은 자신의 삼촌을 가족 중 누구보다도 가까운 사람처럼 느낍니다.

 

자신만이 삼촌의 죽음의 의문을 가졌다고 생각하고 그 사실을 파헤쳐가기 시작하죠.

 

그 과정에서 다윈의 도움을 받으며 점점 가까워 집니다.

 

하지만 루미의 진실에 집착하는 모습은 어떻게 보면 광기어린 집착처럼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삼촌의 죽음을 파헤쳐야 한다는 생각에 자신만의 생각에 갇혀서 그 과정에 어떤 범죄를 저질러도 죄라는 생각을 하지 않아요.

 

자신의 삶을 살아가기보다는 자신이 벽을 세워 모두를 다가오지 못하게 하고 제이 삼촌만이 자신을 이해한다고 생각하며 살아가고 있었어요.

 

여학교 중 최고의 학교인 프리메라 여학교, 학교 교복을 주말까지, 어디 외출할 일이 생기면 무조건 입고 나가서 자신이 어디에 소속되어 있는지 다 밝히고 다니죠.

 

그것 또한 자신의 권위를 표출하고 싶어하는 것으로 보이기도 했답니다.

 

결국 다윈의 성장을 계기로 자신도 제이삼촌의 죽음의 진실에 집착하기 보다는 자신의 인생을 살아가기로 하죠.

 

진실을 알았다고 해도 아버지인 제이 헌터를 좋아하지 않는 점부터 해서 루미는 니스와 다윈을 절대 이해하지 못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가족을 진심으로 사랑하는 마음을 모르는 루미가 조금 불쌍하기도 했습니다.

 

 

제이 헌터의 시점

 

제이는 1지구 최고의 명문학교이며 모든 학생들이 들어가고 싶어하는 프라임스쿨 입학시험에 합격하고도 들어가지 않았죠.

 

주위 친구들과 사람들은 제이 스스로 들어가지 않고 입학을 포기한 것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제이의 속사정은 그런 것이 아니었죠.

 

아버지가 사진을 찍느라 집을 비운 사이 어머니가 다른남자와 간통을 저질러서 아들인 조이를 낳았습니다.

 

그 사실을 안 아버지는 자신이 사진을 찍으러 떠난 사이 또다시 그런일이 벌어질까봐 아들인 제이에게 감시하라고 합니다.

 

그런 이유때문에 기숙사에서 생활하는 학교는 갈 수 없었던 것이었죠. 어머니를 감시하기 위해서...

 

가지 않은게 아닌 가지 못한 것이었어요.

 

어머니가 간통한 사실 때문에 죄에 대한 집착이 엄청나게 많아져 주위 사람들이 재판관 제이라고 부를 정도였죠.

 

어떤 죄이든 어떤 사정이 있든 절대 용서할 수 없고 무조건 죄값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하게 됩니다.

 

그 이유로 어머니와 동생을 과도할 정도로 괴롭히게 된 것이었죠.

 

그것도 잘못이란것을 모르면서... 자신은 당당하게 하는 것이기에 죄가 되지 않는다는 이상한 이유를 들면서...

 

그 때문에 자신의 친한친구인 니스의 아버지가 후디라는 것도 넘어갈 수 없어서 밝히기로 하고, 

 

결국 친구에게 살해당하게 되었습니다.

 

 

조이 헌터의 시점

 

루미의 아버지인 조이 헌터.

 

루미는 아버지를 4지구 어머니와 결혼한 7급 서기관으로 그저 시시하게 살아가는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조이는 그냥 눈에 띄지 않고 평범하게 살아가고 싶을 뿐이었죠.

 

조이는 갑작스럽게 시작된 형의 괴롭힘에 슬퍼하다가 이유를 알고도 형을 미워하죠.

 

매일 형을 죽일 생각을 하며 계획을 세우기도 합니다.

 

그러다 어느 날 갑자기 형이 죽게되었다는 사실을 알고 형을 죽인 사람에게 고마워합니다.

 

자신이 하지 못한 일을 해줬다는 생각에 감사해 하며 형의 괴롭힘 없이 살아가던 어느날의 제이의 추모식에서 니스의 실수로 형을 죽인 범인을 알게되었습니다.

 

하지만 조이는 범인을 밝히지 않고 오히려 니스에게 충고를 해줍니다. 조심하라고...

 

그렇게 조이는 살인범을 알고 있는 상태로, 형의 죽음에 대한 진실을 알고 있는 채로 조용히 살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자신의 딸이 형의 죽음에 대한 진실을 알고 싶어한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의 심정은 어땠을까요.

 

이 세상의 진실은 평화를 유지하는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 거짓으로 이루어지는 평화라는 사실. 어떻게 보면 너무 가슴에 와닿는 말이라서 너무 슬펐어요.

 

 

영 가문은 서로 자신의 사정을 말하고 서로의 생각을 듣고 얘기를 나눌 수 있는 시간이 있었다면 이렇게 까지 갈등이 깊어지지은는 않았을 것이라는 생각을 했었어요.

 

물론 자신들의 이야기가 밝혀져서는 안되는 일들이기는 했지만 가족이라는 점으로 볼 때 서로의 사정을 알게 되면 서로를 이해하는데 더 좋았을 텐데... 라는 생각이 들어서 너무 안타깝더라구요.

 

아버지인 니스와는 다르게 다윈은 진실을 알아도 아버지를 미워하지 않고 살아갈 수 있을 것 같은 모습은 다행이었지만,

 

모든 진실을 알고 여러 일을 겪으며 초중반과 다르게 갑작스럽게 변한 다윈의 모습은 낯설게 느껴지기도 했어요.

 

너무 빠르게 어른이 되었다는 생각도 들었고 뭔가 안타까운 마음이 들더라구요.

 

 

'다윈 영의 악의 기원'은 등장 인물 한명 한명의 모습을 살펴보면 각자의 입장에서 왜 그렇게 행동했는지 이해할 수 있고 공감할 수 있었어요.

 

내가 그 인물이 되어도 나도 그렇게 행동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한명 한명에게 감정이입이 너무 잘 되었답니다.

 

왜 사람들이 꼭 보라고 추천했는지 알 수 있는 책이었어요.

 

공감도 가고, 때로는 가슴이 아프고, 때로는 깜짝 놀라며, 인물들이 씁쓸하기도 하고 정말 책을 읽으면서 다양한 감정을 느낄 수 있었답니다.

 

 

800페이지가 넘는 책이지만 앉은 자리에서 한번에 볼 수도 있을 것 같은 책이었어요.

 

이렇게 재미있는 소설은 정말 오랜만이라서 박지리 작가의 다음 작품이 기다려지네요.

 

소설 속 등장인물들의 감정변화와 책의 마지막 결말은 직접 읽어서 꼭 확인해 보세요~

 

 

 

"인간이 더 나은 존재가 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기울인다면 이전 세대의 영광은 이어지고 흠결은 사라진다고 하는 게 문명의 발달에도 부합되는 것 아니겠어? 모든 인간은 과거에서 유래했지만, 그럼에도 모든 인간은 새로운 존재잖아."

 

 

'진실이 인간의 행복을 위해 봉사하지 않는다면 무슨 가치가 있을까. 진실 그 자체로 가치 있는 것이라고? 그런 관념론적 주장은 폐기 처분해야 한다. 나는 고통받는 인간의 머리 꼭대기에서 의기양양해하는 진실 따위는 숭배하지 않는다.'

 

 

 

(책을 읽고 나서 유튜브에 올라온 뮤지컬 '다윈 영의 악의 기원'을 보니 그 느낌이 다르더군요. 여러분들도 책 읽고 한번 봐보세요. 링크 올려드립니다.)

 

'그 누구도 기억하지 못하리' https://youtu.be/RfEEO0p1MiI

 

'푸른 눈의 목격자' https://youtu.be/e2a1ioNww1U

 

'친구' https://youtu.be/_-4TfsAzi8w

 

영상은 유튜브 '서울예술단' 채널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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